나의 첫번째 자동차
어렸을 때부터 나는 차를 좋아했던 것 같다. 부모님 차에 타서 창 밖을 바라보며 지나다니는 차들의 이름을 맞추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차를 좋아하는 건지 몰랐다. 당연히 다들 그런 줄만 알았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생일이 지난 친구들은 모두 운전 면허를 따는 것이 유행이었다. '남자라면 수동'이라는 한마디로 모두 따질 것 없이 1종 보통 수동 면허를 땄다. 나는 생일이 늦어 겨울방학이 돼서야 혼자 학원에 다녀 면허를 취득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지만 필기 90점 기능시험 도로주행 만점으로 통과했다.
면허가 나오자마자 부모님은 운전하는 감을 이어가야 한다고 하셔서 바로 보험을 들고 집에 있는 차를 몰게 해주셨다. 엄마와 함께 운전 연수를 다녀온 날이면 너무 피곤해서 지쳐 쓰러졌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운전할 때 긴장되는 그 감각이 좋았다. 점점 운전이 익숙해지고 틈이 날 때마다 차를 가지고 나가서 돌아다녔다. 물론 기름이 차있을 때만.. 학생이라 돈이 없어 항상 기름이 있는지 확인하고 끌고 나가서 주행가능 거리가 30km가 남으면 키를 반납했다. 기름이 다시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운행하고 반복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상당히 괘씸한데 부모님은 별말씀을 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 기억에 운행하던 차량이 2002년식 쌍용 무쏘 디젤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가서 시동 걸어 두라고 차 키를 주면 신이 나서 시동을 걸러 갔던 기억도 있다. 아마 예열 때문에 그러시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첫번째 자동차는 군 복무 하면서도 함께 했다. 휴가 나올 때마다 내 발이 되어 줬다. 군 복무 당시 부모님께서 새 차 포드 토러스를 구매하여 전역했을 당시 무쏘는 온전히 나의 차가 되었다.
내 차가 된 시점에 너무 기뻐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세차 였다. 지금 취미가 세차인 것을 보면 그때부터 좋아했나 보다. 온갖 짐을 실었던 내 무쏘는 정말 흙, 식물, 죽은 벌레가 곳곳에 있었다. 동네 아버지가 가끔 가시던 셀프 세차장에 끌고 가 땡볕에서 세네 시간을 혼자 고군분투했었다. 하지만 깨끗해지는 '내 차'가 너무너무 좋았다. 초보 운전이라 차량의 느낌이나 주행 질감은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에 남는 건 틴팅이 안되어있어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도 너무나도 더웠고 장거리 운전을 하면 햇볕에 노출된 부분이 탔었던 기억이 있다.
좋았던 것도 잠시 내 무쏘는 어딘가 하나씩 아프기 시작했다. 점점 쌓여가는 수리 예정 내역, 수리비가 폐차 값을 넘어갈 쯔음 부모님께선 폐차를 결심하셨다. 정확히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 정부에서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매우 홍보했었다. 내 무쏘는 그 정책에 해당되는 차량이었고, 폐차비와 정책 보조금을 합치면 꽤나 쏠쏠한 금액이었다. 부모님께선 그 금액에 조금 보태서 경차를 사준다고 하시고 무쏘를 폐차시키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내 첫차는 지구에서 없어졌다. 그다음 경차도 오지 않았다..